대관령 황태덕장
글쓴이 : 엄기종
.
.
눈은 이미 산천을 덮었고
맹렬히 추운 날 대관령으로 가라
거기 덕장엔 황태의 죽음이
앙천 고함을 지르다가 지르다가
지쳐 숨을 고르며 고요해진 산역이 있다.
처형장에 사열된 사체
당당한 최후
한 줌 비겁도 없이 고개를 빳빳이 처든 채
바다로 가야한다던 항쟁의 모습이
처연한 기운을 토한다
나를 놓아라
나이론 끈에 꿰인 동태는
약육강식의 보시에 내장을 몽땅 잃고도
노릇한 껍질이 육신을 감싸고
목마른 허공에서 목말라 한다
가야 한다
바다로
비탈진 땅을 따라
빗물 따라
왔던 길 아닌 서해라도 바다로 가야한다
고개를 돌리려도
고개를 땅으로 돌리려도
돌릴 수 없는 육신은 사반의 십자가
수 없는 외침 더 이상 벌릴 수 없는 외침이
세상 죄를 다 삼키려든다
벌린 갈구를 막아라
하얀 백설은 벌린 아구리를 덮는다
적멸의 시작
녹지도 못하는 대관령 눈은
겨우내 황태 입막음에 순절한다
허옇게 바랜 눈을 부릅뜬 채
차라리 바람 에는 추위를 반겨라
떼지어 바닷길 몰려다니듯
꿈꾸는 춤이 한창이다
강릉에서 오는 샛바람아 불어라
칼바람 서북풍도 몰려오고
부대끼는 육신은 싸리광택의 옛날을 그린다
송천에 하루 내 미역 감고
층층이 달린 12자 고랑대 위엔
속 잃은 황태의 허기를 채울 달빛이 찬란하다
영하 20도엔 백태, 얼지 않고 마르면 먹태
바닷가에서 바로 마르면 바닥태
많이 잡힌 날 바다에서 목을 잃은 무두태
20센치미만 앵태, 소태, 중태, 50센티이상 왕태
고랑대 네칸엔 2,500마리 한축 또는 한급에 20마리
황태 찜, 황태 국밥, 황태 구이
소주잔에 보름달을 띄우고 황태채 씹는
雪國엔 觀海記 꽃이 핀다
영혼은 뱃속에서 고향 캄차가로 간다
40년 전에 잃은 한국해역 동해로 가거라.
1